#02
무슨일일까.
아까까지만 해도 함께 다니던 사람들이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. 가장 열심히 다니던 사람들은 모두 멀쩡하지 않다.
그녀는, 뒤에서 지켜만 보던 그녀는 멀쩡하다.
이 다정한 이들은 그녀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하겠지.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.
어째서일까.
톱니바퀴처럼 다친 이들이 끼여 돌아가는 조사에 끼지 않고 마치 방관자처럼 홀로 숨어 출구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그녀가 하고자 했던 것 아닌가. 이기적으로. 혼자서라도 살아남아서.
그녀는 멀쩡한, 단 하나의 꽃잎조차 떨어져본적이 없는 장미를 만지작거리다 세게 쥐였다.
다음엔, 다음엔....
몇 번일지 모를 다짐을 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.
염치도 양심도 오래 전에 날아간 줄 알았는데. 그 오래전, 어릴적에 서로를 짓밟던 제 혈육들 보며 다 날아간 줄 알았는데. 사실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.
아니, 날아갔겠지. 그러니 아직도 이렇게 멀쩡한 것 아니겠는가. 부상자들이 출구를 찾겠다며 나섰을 때 가만히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.
그러나 정말로 다 날아가버렸다면, 지금 이 감정은 무엇일까.
그래, 그녀가 다음엔 꼭 자신이 나서야겠다 다짐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멀쩡하기 때문이리라. 이대로면 못 나갈수도 있으니. 제 자신만의 안전보다는 조금 다치더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이리라.
스스로 몇번인지 모를 다짐을 하고서 고개를 들고 문득 보이는 당신에게 희미하게 웃어보인다.
"... 뭐 도와드릴게 있을까요?"
사소한 것이라도.
이 서서히 잠식해오는 죄책감에 몸을 털어내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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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01 (0) | 2024.03.10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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