#01
관리자에게 받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적당한 구석에 서 홀로 팔짱을 끼고 생각하고 있다.
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으나 별로 협력하고 싶진 않았다. 제 방식은 그게 아니니까. 그녀는 안전한 뒤에서 구경하며 사람들을 앞으로 떠미는 것을 좋아했다. 그 뒤가 물리적인 의미든 물리적이지 않은 의미든간에 말이다.
물론 앞서 나간 사람들이 실수하여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할 수 있긴 하였다. 그렇기에 장치가 있을 수 있으니 아무것도 건들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. 혹시라도 만지면 작동하는 폭탄같은게 있을 수 있으니까.
그녀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타인이 위험한 것은 그닥 신경쓰지 않으나 앞으로 떠밀 사람이 줄어드는 것, 그리하여 자신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.
그나저나 이 장미는 뭘까. 만져보니 생화고, 염색인 것 같지는 않은데.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연녹색 장미가 있다고 들어보긴 했다. 그러나 그런 류인 것 같지도 않았다. 찌릿하게 올라오는 비 이성적인 감에 근거한 판단이긴 하지만 말이다.
장미 줄기를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곰곰히 생각하다 문득 당신을 발견하고 웃어보였다.
"영 함정에 걸린 쥐 같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네요. 짐승을 포획할때는 포획틀까지 유인한 후에 다 들어가고 나서 포획틀 문을 닫는 방식을 쓰잖아요. 우리가 꼭 그 꼴 같지 않나요?"
침착한 척 가장해도 조금 초조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쉰다.
"대체 뭘 원하는걸까요... 혹시 짐작가는 것 있나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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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02 (0) | 2024.03.10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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